기억들을 게워내며
곧 만 서른이 된다. 루틴한 삶 속에서 루틴하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들이 희미해진다. 결혼은 이미 했고, 나중에 아이도 가지게 되면 독립적인 "나"의 존재는 한동안 더 작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만이 알던 "나"의 기록을 남겨본다. 인류가 외계 생명체에 자신들의 존재들을 금빛 디스크로 알리려 한 것처럼 나도 나만의 보이저 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이미 유실된 기억들도 많고 떠나온 곳에 미련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도 되지만, 일단은 떠오르는 대로 저장을 해본다.
원래는 한 기억당 최소 몇 백 자는 써야 한다고 생각해 주저하느라 몇 달 간 기억의 주제들 외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그러나 "수집의 수집"이라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들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사물 하나를 그냥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대로 100 자 이내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또 너무 어렵게 생각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글들을 토막내어 기록하고 있다. 나중에는 녹음도 해서 유튜브나 인스타에 올릴 계획도 있다.
이 작은 기록이 돌고 돌아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늙은 나는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