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전자 팽이 장난감

1차 미국 유학

by 허지현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실제로는 말도 안 되지만 만화적으로 허용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중에서도 팽이로 서로 겨루는 내용의 만화, 탑블레이드도 그런 장면이 많았다. 팽이에서 괴수가 나와 서로 싸우는 식의 연출은 기본이고 주인공이 각성하며 팽이와 교감하면 다 죽어가던 팽이가 다시 힘차게 돌기도 했었다.


완구 회사의 기발한 어른들은 이 후자의 연출을 실제로 구현해서 장난감으로 팔기도 했다. 말인즉슨 팽이를 돌리는 손잡이에 리모컨 기능을 넣어 버튼을 누르면 연동되어 있던 팽이가 더 힘차게 돌도록 하는 팽이를 팔았다는 말이다. 너무 신기해서 사자마자 일요일 교회에 들고 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었다. 다들 놀라고 신기해하던 중에 한 명이 “팽이에 물을 부으면 더 잘 돌아간다”라는 말을 하고 거기다가 물을 부었었다. 나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전자 제품이라 덜커덕 겁이 나서 물을 부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팽이는 내부 쇼트가 나서 망가졌고, 우습게도 단 합번의 시도 만에 원격 회전 기능은 맛이 가버렸다. 친구와 다투지는 않았지만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어른들께도 말씀드렸다. 그렇지만 이미 고장난데다 친구 보고 물어내라고 할 수도 없어서 억울하게 그냥 넘어가버렸다. 내 물건에 대해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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