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 유학
앞서서 몇 차례 얘기했던 것처럼 어릴 때 우리 집은 게임하는 것을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율적인 결정에 어느 정도 존중은 해주셔서 게임기를 용돈을 모아 사는 것에는 딱히 반대하지 않으셨다. 당시 내가 갖고 싶던 것은 게임보이 SP로, 기존의 일자형 게임보이의 후속작인 제품이었다. 접이식인 데다 크기도 손바닥만 해서 지금 봐도 미적으로 잘 만들었다.
이 게임기를 사러 돈을 모으는 동안 장을 보러 월마트에 가면 늘 게임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게임기 박스를 보고 가곤 했었다. 잠금장치가 달린 유리 장 안에 있어 게임 팩이나 게임기를 꺼내 보려면 점원을 호출했어야 했는데, 살 것도 아니면서 꺼내보기도 뭣해서 슬쩍 바라보았었다.
마침내 100불 언저리를 모아 게임보이를 구매했을 때 그 뿌듯함은 아직도 기억난다. 동생은 붉은색, 나는 은색을 골랐었다. 제일 먼저 해보고 싶던 것은 역시 포켓몬이었다. 이전에 포켓몬 게임을 할 때는 PC로 에뮬레이터를 깔아 플레이하고는 했었는데, 그 당시의 구형 버전에서는 캐릭터도, 배경도 픽셀 단위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그때도 옛날 느낌이 났었다. 정확한 버전은 리프그린 버전이었는데, 이때의 그래픽 발전은 나름 체감이 컸었다. 픽셀 쪼가리보단 그래도 그림다운 느낌이 났고,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도 훨씬 자연스러웠다.
리프그린 버전을 플레이하며 스타팅 포켓몬으로 이상해 씨를 고르고, 4 천왕까지 깬 다음에 게임이 끝났는 줄 알았었다. 나름 그 과정에서 게임보이 연결 케이블을 구매해 포켓몬을 교환하기도 하고, 뮤츠 등의 희귀 포켓몬을 잡겠다고 애쓰기도 했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고 어느 게임 블로그에서 그 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따라 해 보며 진짜 엔딩까지 플레이하기도 했었다.
포켓몬만큼 많이 플레이했던 것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였다. 너구리로 변신하는 것이 나름 제일 내세웠던 게임이었는데, 그때는 나름 플레이가 어려워서 전체를 다 깨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카툰 네트워크 게임 캐릭터들로 하는 레이싱이나, 포켓몬 후속작들을 사서 플레이했었다. 귀국해서 닌텐도 DS를 구매하기 전 까지는 주 게임기로 아끼며 플레이했다. 110V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에서 구매해서 국내에서 충전하려면 변압기가 필요했는데, 아버지께 부탁드려 무거운 변압기를 써서 충전하던 기억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