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유사과학과 사기과학

초등학생

by 허지현

2000년대 초반의 한국은 과학 붐에 힘입어 다양한 기관과 언론은 물론 대중들까지 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이 컸었다. 생명과학, 정보통신기술, 항공우주, 로봇, 나노기술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얘기하며 모두의 꿈을 키우곤 하였다. 물론 그 커진 관심 속에서 가짜 과학 또한 모호함 속에 숨어 기생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나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조작 사례처럼 연구 자체를 조작하고자 했던 사례가 있다. 논문의 실험 데이터를 거짓으로 만들어내어 이슈가 대서특필 되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것은 어린 나이에 보았음에도 기억이 난다.


다른 예시로는 일본의 어느 의학박사가 쓴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이다. 물에 긍정적인 말을 하면 그것이 물 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분자가 이쁜 구조로 나타나고, 반대로 부정적인 말을 하면 결정이 일그러지고 추해진다는 것이 가장 주된 내용이었다. 나아가 인간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지금이야 웃음거리로 치부하지만, 옛날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학교 과학 수업에서도 칭찬을 해주며 기른 고구마, 욕설을 하며 기른 고구마를 비교하는 실험을 하고는 했다.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얼토당토 없는 실험이지만 찾아보니 아직까지도 그 계보가 이어지고 있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물 결정 자체는 온도와 상관있지 잠시 스쳐 지나간 음파 따위와는 관계도 없다. 만약 부정적인 말 따위로 고구마가 안 자란다면 외국인이 와서 모르는 언어로 욕을 해도 우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정말 바보 같지만, 그때는 이런 유사 과학과 진짜처럼 돌아다니니 비판적으로 이를 부정하기 어려웠다. 우리 가족의 경우도 어딘가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였는지 실바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자기 계발 프로그램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정신을 수양하여 신체적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며 이런저런 유사과학을 펼치는 내용이었다. 어디선가 다 들어본 친숙한 내용이다. 평소 뇌의 몇 %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다 쓰면 엄청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며 나아가 수련을 통해 카드 맞추기 등의 에스파적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몇 번 안 되어서 수업은 진행하지 않게 되었고 실바 마인드컨트롤 책도 국내에서 팔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렸지만 2000년대에는 이러한 일들도 일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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