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중학교 시절 살던 동네에는 규모가 조금 있는 주상복합시설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그곳의 지하 서점을 좋아했었다. 교보나 영풍처럼 브랜드가 있는 서점이 아니라 동네에 있는 그런 곳이었지만 나름 꽤 큰 곳이어서 학습지 외에도 다양한 서적을 구비하고 있었다. 늘 움직이지 않는 에스칼레이터 계단은 생각보다 높아서 늘 조심하며 지학까지 내려가면 서점 특유의 향기가 나를 반겼다. 입구의 외국어 학습 서적에서부터 시작하여 계산대 앞의 만화책, 경제, 과학, 인문학, 심리 등의 책들이 서점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학습지만 모여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주시는 점원 한 분이 늘 상주해 있었다.
나이가 좀 있으신 중년의 아저씨셨는데, 어딘가 엄격한 구석이 있으신 양반이었다. 책과 지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화를 구사하셨고, 본인의 2세대들이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것에는 더 큰 긍지를 가지신 분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살며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취업을 하는 동안 묘하게 그 점원분의 평가를 받았던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서점의 옆에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문구점이 있었는데, 규모는 서점보단 훨씬 작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문구점에 비하면 아주 큰 편이었다. 여기 사장님은 머리가 좀 벗겨지고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셨다. 만년필과 고급 샤프부터 미술 용품, 장난감, 공책 등등 없는 것 빼고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이때의 용돈으로 자금에 걱정 없이 쇼핑이 가능하던 얼마 안 되는 곳 중 하나였기에 문구점은 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두 곳이 모여있는 곳에서 한 번 구경을 시작하면 1시간은 거뜬히 지나가버리곤 해서 난 이 지하 서점을 종종 찾고는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