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우리 집 부엌 베란다 한쪽에는 얇은 요리책들이 시리즈처럼 꽂혀 있었다. 표지가 색색이 달라 한눈에 같은 시리즈라는 걸 알 수 있었고, 한 권 한 권이 워낙 얇아서인지 존재감도 조용했다. 어머니가 그 책을 펼쳐 요리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책 속의 사진들과 짧은 설명들이 인상 깊어서, 나는 가끔 그것들을 꺼내 들춰보곤 했다. 듬성듬성 썰린 설명들과 사진들은 때로 연결이 잘 되지 않아서 마치 종이접기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튜브나 레시피 영상이 넘쳐나는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엔 요리를 ‘눈으로 배운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요리를 잘한다’는 건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일이었다. 감과 경험, 그리고 반복이 만들어낸 감각의 산물이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