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유학
미국에 살던 시절, 한 번 긴 로드트립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멤피스에서 출발해 애틀랜타, 워싱턴 D.C., 뉴욕,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북상한 뒤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가이드 역할은 가족과 친하게 지내던 C 아저씨가 맡았고, 전체 동선은 꽤 탄탄하게 짜여 있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많이 흘러 대부분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조각조각 떠오르는 장면들은 여전히 선명하다.
- 조지아 주 스톤 마운틴: 하나의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위에서 본 경사는 너무 가팔라서 떨어지면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 워싱턴 D.C.: 깔끔한 백악관, 무료 박물관들,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샀던 것.
- 뉴욕: 타임스퀘어의 사람들 틈에서, 여기가 왜 특별한지 감도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다. 다이너에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햄버거 스테이크가 나와 당황했던 기억도 난다. 자유의 여신상은 9·11 테러 여파로 머리 위까지 올라갈 수 없었고, 발판까지만 갔었다.
- 나이아가라 폭포: 캐나다 쪽으로 넘어가 페리를 타고, 우비를 입은 채 폭포 가까이까지 갔다. 물안개에 젖은 채 바라본 풍경이 지금도 아련하다. 박물관에서 ‘나이아가라에서 뛰어내린 뒤 살아남은 사람들’에 관한 전시도 인상 깊었다.
당시 나는 사람의 발걸음마다 실 같은 궤적이 남아, 경로가 눈에 보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다. 또 하나, ‘직접 눈으로 봐야 진짜 본 것이다’라는 막연한 강박이 있어, 명소에 갈 때마다 일부러 안경을 벗고 흐릿한 상을 따라 눈을 좇았다. 그 뿌연 풍경 너머로 뭘 보고 싶었던 걸까, 이때부터 엉뚱한 고집은 여전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