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25센트 주별 주화

1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국의 25센트짜리 동전(쿼터)은 주마다 모양이 다르다. 50개 주 각각의 상징을 새겨 넣은 디자인이 있는데, 내가 미국에 살던 2000년대 초·중반쯤부터 본격적으로 주별 쿼터가 하나씩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전에는 독수리 문양이 공통으로 들어간 기본 쿼터만 사용되었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어디선가 책자를 하나 받아 오셨는데, 그건 50개 주의 쿼터를 모두 모아 끼워 넣을 수 있는 일종의 기념 수집 책자였다. 살던 곳이 테네시였기 때문에 테네시 주화는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구했고, 내가 알고 있는 주나 그림이 멋지게 보이는 주의 동전들은 더 마음이 가곤 했다. 어린 나이에 동전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이건 어떤 주일까?’ 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꽤 컸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우리 책자는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운이 나빠서 못 모았던 게 아니라, 당시에는 50개 주의 쿼터가 아직 전부 발매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책자도 미완성으로 남았다.


나중에 미국에 여행을 가거나 유학을 가게 된 사촌에게 그 책자를 거의 통째로 넘겨준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 신나서 책자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했지만, 정작 사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시큰둥해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흥미로워하는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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