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유학
내가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4학년 교실은 본관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마련된 간이 건물에 있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무로 된 긴 데크를 따라 걸어가야 했는데, 데크 한쪽 끝에는 음악실이 있었고, 다른 구역들엔 4학년 교실들이 줄지어 있었다.
데크는 멀리서 보면 표면이 매끈해 보였지만, 실제로 손을 올린 채 쭉 미끄러지듯 지나가다 보면 갑자기 튀어나온 가시 같은 나무 조각이 손을 찌르곤 했다. 나도 몇 번 손바닥에 박힌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이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교실 안쪽은 외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내 기억 속 4학년 교실은 지금 생각해도 꽤 자유로웠다. 교실 벽면은 천장 가까운 위쪽부터 바닥 근처까지 전부 학습 장식물들과 각종 포스터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거기에 미디어 학습이 지금처럼 디지털 화면 위주가 아니라 아날로그와 초기 프로젝터 장비가 뒤섞인 시절이었기에 그런 기구들도 있었다. 투명 필름을 올려 비추는 오버헤드 프로젝터, 작은 TV를 책장 위에 올려두고 그 아래 칸에는 비디오 플레이어를 넣어 둔 간이 카트 등이 기억난다. 맥시멀리즘에 가까운 그 교실은 그래도 제법 온화했다.
미국 학교의 학습 방식은 전반적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스스로 탐구해 보는 과제 중심이었다. 몇 가지 기억나는 활동이 있는데, 가령 풍향계나 날씨 관련 기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 과정을 포스터로 정리해 제출하는 식의 수업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 그림을 보고 설명만 듣고 넘어갈 법한 내용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실제로 손으로 만드는 과정이 과제의 핵심이었다.
또 툰드라, 사막 같은 지형과 환경 특성을 배울 때도 그냥 단원 학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 지형의 특징을 표현한 작은 모형을 직접 만들고 제출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학습에 ‘재미’를 붙이려는 의도가 분명했던 것 같다. 한국 학교에서는 책과 필기 중심의 수업이 대부분이었다면, 미국 학교에서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훨씬 컸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물론, 그 인상이 더 강하게 남은 건 당시 내가 직접 손으로 만드는 과제를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본관에서 살짝 떨어져 있던 그 야외 교실들은, 실내보다 자연과 가까운 느낌이 있었다. 교실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바깥 풍경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잠깐씩 ‘학교’라는 공간과 떨어져 있는 듯한 묘한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 분위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