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지금이야 그럭저럭 회사 생활을 헤쳐 나가지만, 신입 시절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뭘 모르는지도 모르던,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였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잠시 떠올려본다.
입사 후 처음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팀 회의는 마치 외계어 같았다. 교육을 통해 공정 단계를 대략 이해는 했지만, 실제 업무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장비는 어떻게 동작하며 문제는 원인으로 발생하였으며 제품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대책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등 학생일 때는 생각조차 안 해본 것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어디서부터 배워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슈는 보통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처리되었기에, 백지상태의 신입인 나는 당연히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선배들은 대체로 친절했지만, 같은 질문이 세 번 넘어가면 인내심이 사라졌다. 마치 지니의 소원처럼, 질문 하나도 신중히 골라야 했다.
업무도 처음에는 어려웠다. 루틴 한 업무조차 실수투성이에다가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고 지적받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물어 진도가 없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싹싹하지도 못한데 신중한 성격 탓에 행동이 느려 보였는지, 과장님이 본 나의 첫인상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노트와 펜을 방패 삼아 닥치는 대로 적고, 시간이 날 때마다 복기했다. 현장 업무를 도우며 유니폼에 먼지를 덕지덕지 묻히고 다니다 보니, 얼음처럼 차가웠던 분위기도 서서히 풀렸다. 회사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 안면이 트이기 시작하자 어느새 ‘다닐 만한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