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 현장직

첫 직장

by 허지현

첫 근무지였던 공장에서는 사무직뿐 아니라 현장직도 함께 근무했다. 우리는 생산, 공정·장비, 품질 등 역할은 달랐지만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게 되었다.


현장과의 소통은 주로 반장님이나 조장님을 통해 이루어졌다. 거칠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정이 많은 분들이었다. 납득할 수 있도록 이유를 설명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면, 결국엔 도와주셨다. 아마도 사원들의 위치를 잘 알기 때문에 딱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경우도 있을 것이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다 보니, 엔지니어였던 나는 밤낮없이 연락을 받거나, 상사의 지시를 전달한 후 반발을 듣는 일도 있었다. 처음엔 억울했다. 나에게 감정을 푸는 듯한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장님과 반장님들이 단순한 중간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 인력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그들의 말도 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반장님은 시간이 갈수록 ‘진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분이었다. 말로는 귀찮다며 툴툴거렸지만,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항상 잘 챙겨주셨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내심 정 많은, 소위 ‘츤데레’ 같은 성격이었다. 내가 퇴사할 때도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않으셨는데, ‘조금 정들면 또 떠나는’ 구조에 대한 회의감이 더 깊어졌을까 봐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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