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공부 잘하면 주는 쿠폰

1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한 번은 학교에서 주는 ‘공부 잘하면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다녔던 국립초등학교에서는 주변 식당들과 어떤 제휴를 맺었는지, 상위권 학생들에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 기프티콘을 나눠주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이벤트였지만, 당시에는 이런 걸 학교가 직접 준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내가 받은 건 맥도날드 무료 소프트콘 쿠폰이었는데, 종이 질감의 일반적인 바우처처럼 생긴 그걸 손에 쥐고도 “이게 진짜 될까?” 하는 의심이 컸다. 너무 새로운 방식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직접 받았음에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온 가족이 월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월마트 입구 쪽에는 항상 그 특유의 붉은 간판을 단 맥도날드가 붙어 있었고, 나는 용기를 내서 그 쿠폰을 써보기로 했다. 쿠폰을 내밀면서도 “이게 진짜 통할까?”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카운터를 보던 키 크고 말투가 느긋한 흑인 형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그는 쿠폰을 확인하더니, 마치 내가 큰 상을 받은 것처럼 “Congratulations, stay in school!”이라고 말하며 나를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리고는 평소 소프트콘 양보다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듬뿍 담아 건네주며,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해줬다.


당시의 나는 ‘공부 잘한다고 이런 말까지 듣나?’ 싶어 약간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동시에 매우 새롭고 따뜻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낯선 어른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격려와 응원을 건네는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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