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유학
미국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한국 교과서에 비해 훨씬 크고 두꺼웠다. 한 장 한 장이 거의 A4 용지 크기만 했고, 어떤 책은 그보다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페이지 수만 해도 몇백 쪽이 넘어갔는데, 그렇다고 그걸 전부 다 사용하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수업에 맞춰 필요한 단원만 발췌해서 공부하곤 했다.
책이 워낙 크고 무거워서, 초등학생이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무게였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교과서를 라커(사물함)에 넣어두고, 수업 시간에 필요한 교과서만 꺼내서 사용했다. 이동 수업이 많은 편이어서, 라커에서 책을 꺼내고 다시 넣는 그 반복적인 동작이 하루 일과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 몇백 페이지짜리 교과서를 매년 새로 사거나 그냥 주기에는 학교 입장에서도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학교로부터 책을 대여받아 사용했다. 당연히 그만큼 표지 보호가 중요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에 커버를 씌우고 다녔다.
커버는 얇고 길게 늘어나는 재질이었는데, 교과서의 큰 사이즈에도 잘 맞게 늘어나고 책날개 부분까지 감싸주는 형태였다. 단색으로 된 심플한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좀 더 화려한 패턴을 선호했다. 호랑이 무늬나 카모플라주 패턴, 추상적인 그래픽 패턴, 혹은 알록달록한 색감이 섞인 디자인 등 다양했다. 그런 커버를 씌운 책들이 라커에 가지런히 꽂혀 있으면, 마치 아이들 각각의 취향이 한눈에 드러나는 전시공간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