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반찬투정

1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한 번은 집에서 해준 밥과 반찬이 유난히 먹기 싫었던 날이 있었다. 처음으로 크게 반찬 투정을 한 날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한국에 계시다 보니 어머니는 혼자 일과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셨었는데, 그렇다 보니 가끔은 곰국처럼 한 음식을 오랫동안 먹는 일이 가끔 있었다. 그날은 같은 반찬을 계속 먹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날따라 유독 입에 안 맞아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날은 도저히 먹고 싶지 않아서 엄마에게 밥을 안 먹겠다고 말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


결국 엄마는 “그럼 너 알아서 차려 먹어”라고 했고, 나는 맨밥 위에 치즈를 올리고 케첩을 뿌려서 먹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엄마가 “잘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말투는 약간 비아냥에 가까웠던 것 같지만, 당시의 나는 그걸 그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아 그 말이 칭찬이 아니었구나 하고 알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어른들이 하는 말이 항상 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기억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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