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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Mar 03. 2022

무뎌진다는 것에 대하여

고찰 열하나, 무뎌진다는 것에 대하여

*해당 글은 3년 전에 써둔 글을 손봐 올린 것임을 밝힙니다.

늙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무뎌진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물리적으로는 물론이고 심적으로도 그렇다. 예전에  안전 방송에서  적이 있다. 노인 분들은 실제로 장이 손상되어도 그저 복통 정도로 생각하고 넘겨 치료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롭고 마음이 아프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실제로 물리적으로 맞은 것만큼이나 고통을 느낀다고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심리적인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과도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치로 몸이 무뎌지면 마음도 둔해지는 것이 아닐까

성인이 된 지 불과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도 얻어맞아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무덤덤해진 것이 느껴진다. 이전에는 몇 날 며칠을 앓았을 상처를  두세 시간 만에 앓고 끝낸다는 것은 편하면서도 서글픈 것이다.


실패한 인간관계, 풀리지 않는 문제, 수면 부족, 과다한 카페인 섭취  다양한 요인의 컨디션 저하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대처를 잘하게 된다. 이는 역시 이전보다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스스로를 꽁꽁 싸매어 나의 구정물이 남을 더럽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케줄을 지키기 위해 빨리 몰아서 아프고 낫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프지 않으려고 스스로 메말라 죽여놓은 신경 덕분에  아픈 대신 기쁨도 덜하다. 예전만큼 무엇에 쉽게 열광하고 기뻐하는 일도 없다.


어릴 적에는 길을 걷다가  낙엽이 머리 위에 떨어져서, 뽑기를 하다가 원하던 게 나와서, 포켓몬 천왕을 깨서  정말 사소한 것들로 정말 행복했었는데이제는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요즘은 유난히 되는 일이 없어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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