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열둘, 생일 축하에 대하여
3월은 유독 지인들의 생일이 잦다. 오늘, 다음 주, 그 다음 주에도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전에는 늘 곁에 있던 사람들이 각자 살아남기 바빠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게 되었다. 심지어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더욱 고립되어 버렸다. 선물이 있든 없든 축하하는 마음은 동일하지만 커피 기프티콘이라도 돌려야 그나마 만나서 축하해 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외면할 수 있기에 이번 달에도 필자의 지갑은 가볍다.
나의 지갑의 가벼움을 어디로부터 오는가. 나의 지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 알다가도 모를 세상사를 겪으며 나와 만나주고, 스쳐가는 인연이 아닌 꾸준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부터 오는 것이겠지.
즉 쉽게 말하면 일종의 친구 비다. 그래도 친구 비를 내어서 이 다음번에 소중한 사람들이 카페에 가서 기프티콘을 꺼내어 내밀어 볼 때 이름 석자를 보고 나를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겨울이 골목을 굽이 굽어 내려가고, 봄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크게도 다가오는 요즘,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은 꽃봉오리와 함께 세상에 나와주었구나. 지인들이여, 근심에는 반드시 무관심하고, 담배를 피우지 말며, 술은 축제날 외에는 마시지 말고, 그리고 조용하고 살짝 세련된 연인과 오랫동안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