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유학
어머니가 미국에 갈 수 있었던 계기 자체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의학박사님 덕분이었는데, 그 박사님 댁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방문했던 적도 꽤 있었다. 어릴 적에는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구는 늙은 박사님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으니, 그 박사님의 여러 잔심부름을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셨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나는 그런 사정은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그 노인이 사는 커다란 멘션 같은 집에 흥미가 갔었다.
박사님의 집은 구조도 인상적이었는데, 2층에 있는 서재 쪽은 우리에게 금지된 구역이라 올라가 본 적은 없었다. 1층 한쪽에는 큰 부엌과 다이닝홀이 있었고, 반대쪽에는 박사님이 TV를 보던 거실과 서재 비슷한 공간이 있었다. 서재에는 해먹도 있어서 가끔 몰래 누워보기도 했었다. 그 집에는 박사님의 조카나 손자쯤 되는 아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같이 지내면서 함께 놀았던 기억도 있다.
유 박사님 댁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생활 방식도 접할 수 있었다. 집에서 클래식 연주자를 불러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고, 부인 생일에는 동네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넓은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는 점도 함께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