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중학교 때 가장 대표적인 걸그룹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이렇게 두 팀이었다. 원래는 원더걸스가 더 잘 나가고 있었는데, 소소사 대표 박진영이 미국 진출에 꽂히면서 원더걸스를 미국으로 보내 버린 이후부터 소녀시대가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나는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 제시카를 제일 좋아했다. 얼굴이 예뻐서라기보다는, 지금 생각해 보면 금발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냉미녀’ 같은 이미지에 대한 이상형이 이때부터 조금씩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당시는「소원을 말해봐」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소녀시대의 전성기였다.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휩쓸려 소녀시대를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걸그룹에 대한 나의 로망이 한 번 깨진 적도 있었는데, 그건 고등학교에 가서였다. 어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걸그룹과 팬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장면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연차를 쓰고 공연장에 온, 머리가 조금 벗어지고 살집이 있는 40대 아저씨가 걸그룹을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나도 오타쿠 기질이 있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서 그런 모습에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당시 어린 마음으로 봤을 때는, 어른이 저렇게 걸그룹을 좋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좀 깨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나 자신이 겹쳐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걸그룹을 이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됐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