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수학 과외

중학교

by 허지현

거리 때문인지 중학교 때부터는 점보 선생님을 떠나 집에서 수학 과외를 받기 시작했다. 여러 선생님들이 오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KIST에서 연구원으로 일하시던 선생님이었다.


이 선생님은 우리 학교 수학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내가 학교 수학 선생님의 번호를 받아 문자로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그때 학교 선생님은 어떤 일진이 자기 번호를 알아내 장난을 친 줄 알고 굉장히 진지하게 대응하셨고, 직접 전화까지 걸어오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례한 짓이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선생님한테 장난을 친다’는 느낌이어서 웃기기도 하고, 나중에는 좀 죄송했던 기억이 난다.


그 KIST 선생님에게 괜히 관심을 받고 싶어서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짓도 많이 했다. 선생님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다든지, 괜히 장난을 치려 한다든지 그런 행동들을 했었다. 과학적으로 궁금한 걸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좋은 분이었다. 되게 순한 성격이었고,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분이라는 인상이었다. 나도 그때는 수학이나 과학을 저렇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내 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다음에는 덩치가 있는 여선생님으로 과외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원래 동생 수학 과외를 하시던 분이 나까지 함께 가르치게 된 경우였다. 나는 수학 과외를 시켜서 그냥 했을 뿐이지,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었다. 시키니까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과외를 받긴 했지만, 아무래도 KIST 선생님이 더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고, 솔직히 수업이 재미없다 보니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 5분, 10분씩 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비용도 꽤 들었을 텐데, 그렇다고 싫다고 말할 용기는 없었고, 엄마가 무서워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버텨 보려 했던 철없는 시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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