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엄마 과외 수업

중학교

by 허지현

이제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의 긴 과외 수업의 시작은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가 나랑 동생을 딱 앉혀 놓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부수입을 좀 내보려고 과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밥을 예전처럼 매번 해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우리한테 먼저 물어보셨다.


사실 밥이야 집에 있는 거 대충 먹으면 되는 거였고, 우리는 그냥 “엄마 하고 싶으면 해”라고 말했다. 그래서 동생이 엄마를 도와서 아파트 주변에 전단지를 붙이고, 우리 단지 말고도 근처 아파트까지 가서 전단지를 붙였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우리가 미국에 있었을 때 간호사로 일도 했고, 동시에 대학도 다니셨다. 그러다 보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다른 주부들보다는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어 과외를 시작하셨고, 우리 집 방 하나를 아예 공부방으로 바꿔서 수업을 하셨다. 그렇게 시작해서 꽤 오래 하셨다. 지금도 사실 한 명은 계속 가르치고 계시니까, 따져보면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진짜 오래 하신 셈이다.


과외를 하면서 수입도 눈에 띄게 늘었고, 그만큼 자신감도 많이 붙으셨다. 성격상 ‘내가 이렇게 돈을 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도 컸던 것 같고, 돈 버는 게 생각보다 쉽다고 느끼셨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좀 단기적인 감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때는 잘 풀렸고 실제로도 돈을 많이 벌었다.


공부방도 점점 커졌고, 엄마 혼자만 한 게 아니라 내 친구 어머니들까지 합세했다. B 어머니,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 알게 된 H의 어머니까지 같이 해서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랑 과학 수업도 했었다. 그 시기에는 정말 잘 나갔다. 정확한 숫자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런 시장이 분명히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인강도 전부 유료였고, 온라인에 무료로 풀린 강의 같은 건 거의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고, 중학교 2학년쯤 경제 잡지에서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얘기를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개인이 오프라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여지가 지금보다 훨씬 컸던 시기였고, 과외 시장도 그 안에서 꽤 크게 돌아가던 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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