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이 시절 친하게 지내게 된 H군이 있었다. 이 친구는 공부도 잘했고, 성격이 되게 밝은 편이었다. 항상 사교적이고 밝고, 애들이랑 잘 어울리는, 약간 태양 같은 사람이라서 자연스럽게 좀 친하게 지냈다. 이 친구는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게 좀 신기하고 부러웠던 것 같았다. 한 번은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갑자기 “손에 손잡고" 가 영어로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냥 떠오르는 대로 “핸드 인 핸드”라고 대답한 것을 보고 그 친구가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이 친구에게는 되게 인상 깊었었나 보다. 그걸 어떻게 바로 아냐고 하면서 계속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착한 애였다.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까 가끔 하교도 같이 했던 것 같고, 어쨌든 그런 식으로 지냈다. 그러다 내가 미국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가, 나중에 한국에 다시 들어왔을 때 같은 동네니까 몇 번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랬다.
H는 이후에 경찰대에 진학했다. 현역 시절에는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여 조금 학교에 다녔었으나 그래도 경찰대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고민 끝에 자퇴를 하고 재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분대장 개념의 선배랑도 면담을 하고, 교수님이랑도 면담을 했다고 한다. 면담을 하던 선배나 교수들 중에는 “자기도 경찰대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여기 온 거다, 너는 꼭 꿈을 이루라” 이런 식으로 말해준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학과장까지 갔는데, 학과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줄 줄 알았는데 반응은 좀 달랐다고 한다.
학과장은 “네가 여기 다니면 효도도 되는 거고, 학비도 나라에서 다 나오는 거 아니냐, 재수를 성공할지 모를지 모르는 것 아니냐” 같은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직접 들은 건 아니고, 건너 건너 들은 거라 세부적으로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학교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가는 게 실적에 안 좋으니까, 그런 식으로 강하게 붙잡으려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어린 입장에서는 기분이 좀 상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H는 자퇴를 하고 나와서 다시 공부했고, 결국 경찰대에 잘 갔다. 그렇게 자기 길을 갔다. 한동안은 전화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연락은 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