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사물함과 자물쇠

중학교

by 허지현

중학교 사물함은 교실 뒤편에 있었다. 1번부터 가로로 쭉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각자 개인 사물함을 하나씩 쓰는 구조였다. 애들이다 보니까 서로 장난도 치고 혹시 모를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 사물함마다 자물쇠를 걸어 두게 되어 있었다.


자물쇠 종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동네 철물점에서 파는, 정말 말 그대로 열쇠가 있어야만 열리는 두껍고 무거운 자물쇠였다. 다른 하나는 숫자 자물쇠였다. 숫자가 1부터 0까지 열 개 있고, 그중 네 개 숫자를 조합해서 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 자물쇠는 번호를 자유롭게 세팅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번호가 고정된 구조였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네 자리 조합을 하나씩 눌러보면서 결국 열 수 있었다. 실제로 남의 사물함 번호를 따서 여는 애들도 있었다.


나는 그 두 가지 중에서, 핑크색이랑 보라색 사이쯤 되는 색깔의 자물쇠를 썼다. 아버지가 사 주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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