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체벌

중학교

by 허지현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때만 해도 체벌은 아직 전국적으로 일반적인 일이었다. 체벌이 본격적으로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쯤, 그것도 서울이나 수도권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체벌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다. 공부를 안 해도 맞고, 선생님 기분을 나쁘게 해도 맞고, 까불거나 떠들어도 맞고, 숙제를 안 해와도 맞았다. 옆에 있는 애가 잘못해서 맞는 상황에서도, 옆에서 떠들다가 내가 “조용히 해” 같은 말을 한두 마디 거들었어도 그냥 같이 맞았다. 그때는 그런 게 이상하다는 인식 자체가 거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선생님들마다 체벌에 쓰는 도구, 그러니까 일종의 ‘무기 세팅’이 다 달랐다. 어떤 선생님은 어디서 나무판자를 들고 오기도 했다. 중학교 도덕이었는지 고등학교 도덕 선생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한 선생님은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유인물 같은 걸 가져와서, 여자 일러스트 얼굴이 크게 나온 부분을 잘라서 나무 막대기에 테이프로 감아 놓고는 “예쁘지 않냐” 이런 말을 하면서 그걸로 애들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어떤 선생님은 소리만 크고 실제로는 별로 안 아픈 도구를 쓰기도 했고, 반대로 소리는 거의 안 나는데 굉장히 아픈 걸로 때리는 선생님도 있었다. 진짜 겁만 주려는 용도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진짜로 때리려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컴퓨터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회초리로 낚싯대를 썼다. 낚시가 취미였던 것 같다. 교실 한편에 낚싯대가 있었는데, 낚싯대가 워낙 얇잖아. 끝으로 갈수록 더 얇고, 또 잘 휘어진다. 물고기 잡을 때 버티라고 그렇게 만든 거니까.


애들이 잘못하면 서라고 시켜 놓고, 그 낚싯대를 들어서 훅 하고 내려쳤다. 그런데 처음엔 선생님 손이 내 종아리 앞을 이미 지나간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느낌이 안 나서 “어, 뭐지, 왜 안 맞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그다음 순간, 뒤늦게 그 얇은 끝부분이 휙 소리를 내면서 허벅지랑 종아리를 쫙 때렸다. 진짜 눈이 번쩍할 정도로 아팠다. 그게 내가 맞아본 것 중에 제일 아팠다.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맞는 순간의 교실 풍경이랑 컴퓨터 실습실 분위기, 내가 어떤 자세로 서 있었는지, 교복이 어땠는지까지 다 기억난다. 고통은 그 순간에 저장 버튼이 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수업 말고도, 교생 선생님들이 와 있었을 때 떠들었다고 과학 선생님이 연대책임을 물어서, 반 애들 전부 책상 위에 올라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허벅지 앞쪽, 무릎 위에 있는 부위를 다 때렸는데, 반 애들 거의 전원이 멍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만큼 그런 조직 문화가 아무 문제 없이 통용되던 시대였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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