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 LH군, HJ군

중학교

by 허지현

LH이라는 애가 있었다. 조금 통통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편이어서, 나는 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애는 나랑 그렇게 친해질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했었는데, 당일에 취소를 하는 등 그다지 사려가 깊은 애는 아니었다. 나는 당시 그 일이 꽤나 속상해했던 기억이 난다.


HJ라는 애도 있었다. 얼굴이 좀 뾰족뾰족하고 마른 인상이었고, 공부도 나랑 비슷하게 잘하는 편이었다. 다만 성격이나 인성 면에서는 좋은 편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런 애들 사이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호의를 보이고, 그에 비해 돌아오는 게 없다고 느껴서 서운하고 속상했던 기억들이 조금 있다.


그 애들이 쓰던 참고서를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은 참고서를 사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집에서는 이미 그 과목의 참고서가 있다는 이유로 사주지 않았었다. 그러다 내가 내 돈으로 샀는지, 엄마 돈으로 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어쨌든 참고서를 샀다가 숨겼고, 결국 그게 들켜서 또 혼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일들이 다 일방적인 애정에서 비롯된 상처였던 것 같다. 어렸으니까 그랬던 거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나를 딱히 원하지 않는 사람한테까지 신경을 쓰고 애정을 줄 필요는 없었다는 걸, 그때 조금은 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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