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 미국 친구들과 교우관계

2차 미국유학

by 허지현

애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공감대 형성이나 친하게 지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사실 몇 명의 친한 친구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조금 겉도는 느낌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주 외향적이거나 스포츠를 잘하지 않으면 관심을 받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무난하게 지냈던 것 같다. 일부러 시비가 걸렸던 적은 딱 한 번 있었는데, 길을 가다가 짓궂은 곱슬머리의 백인 상급생이 일부러 부딪히고는 비웃고 지나간 일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로 아시아 계열 애들과 잘 어울렸었는데,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들이 아시아계인 애들과는 스스럼없지 친해지고는 했었다. 특히 중국계 미국인 J와 제일 친했었다.


J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누나인 A와 같이 우리 학교를 다녔었다. 마르고 키가 살짝 작은 편이었지만 머리를 살짝 올려서 티를 덜 내고 다녔다. 당당한 성격과 스포츠를 좋아해서 애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었다. 전체적으로 인상이 좀 또렷하고 뾰족한 느낌이었다. 말이나 행동이 똑 부러졌고, 성격이 올곧은 편이라서 친구로서 매력적인 애였던 것 같다. 내가 영어를 원어민만큼은 하지 못하는데도 그와는 비교적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고, 얘기도 스스럼없이 했었다. 이외에도 동남아계열 미국인이던 A라는 여자애가 있었고, J의 누나인 A나 다른 같은 학년 애들과도 잘 생활했었지만 각별히 친하다고 느꼈던 사람은 잘 없었다.


중국인 유학생들과도 몇 명 정도는 알고 지냈다. 한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중국 전통 놀이기구를 가져온 애와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사실 중국 애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어서, 깊이 친해지기보다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중국 유학생들은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순한 편이었다. 흔히 떠올리는 공격적이거나 배타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해외에서 같은 아시아인이라서인지 말을 걸면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영어가 잘 안 통해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그래도 그중에서 영어를 조금 하던 애들과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한 명에게 내 이름을 한자로 쓰면 중국식으로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라틴계열의 상급생 중에 비교적 성숙해 보이는 선배도 있었는데,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평소에 이것저것 물어봐도 되냐고 하면서 번호를 따서 문자도 한두 번 주고받은 적이 있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배는 나를 개인적으로 친하게 여기기보다는, 아시아 학생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락을 받아준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애들 중에서는 C라는 백인애와 비교적 친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키는 작은 편이었고 체격도 왜소했지만, 성격은 꽤 거칠고 담담한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키가 훅 자라 있는 걸 보고, 애들은 확실히 발육이 다르구나 하고 느꼈던 기억도 있다. 코디는 가끔 교실 구석에 앉아서 물병 뚜껑을 반쯤 연 상태로 병을 비틀어 압력을 줘서, 뚜껑이 ‘텅’ 하고 날아가게 만드는 장난을 치던 애였다. 그런 식의 친구가 있었다.


또 한 번은 히스패닉 자매로 보이는 여자애 둘이 전학을 온 적이 있었는데,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학교에서 도둑질을 하다 걸려서 다시 전학을 갔다. 예전에도 전과가 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식으로 사는 애들을 실제로 처음 봤던 터라, 그때는 꽤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6-04 여름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