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고등학교에는 별관이 하나 있었다. 층수별로 대략적 기억을 되짚어보겠다.
별관 1층에는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하실 때 사용하던 교실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은 늘 양복을 입고 수업을 했던 것 같다.
그 교실 반대편에는 컴퓨터 수업 실습을 위한 컴퓨터실이 있었다. 컴퓨터 선생님은 육체미나 운동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었는데, 수업 시간에 우리에게 인체의 신비나 체조의 신비 같은 묘기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 영상들이 신기하다기보다는 그냥 웃기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쪽에는 로봇발명반에서 쓰던 교실 겸 부실이 하나 있었고, 그 외에 별관에서 가장 큰 공간으로 기억되는 아주 큰 강단도 있었다. 그 강단에서는 한 번 탈북자가 와서 스피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탈북자는 여름방학 숙제로 산에 가서 도토리를 캐서, 키로 수를 정해 제출해야 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급자들이 저학년들의 도토리를 빼앗아 갔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층에는 그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공간은 없었던 것 같다. 본관과 별관은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었고, 그 구름다리를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다만 한쪽 구석에는 어떤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기독교 모임 같은 공간이 하나 있었는데, 보통 점심시간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기도 같은 활동을 했던 것 같다.
3층에서 시간을 제일 많이 보냈기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3층에는 도서관이 있었는데, 책상들이 여러 개 놓여 있고 책꽂이들도 여럿 배치되어 있었다. 사서 선생님은 꽤 엄하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싸가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서, 오히려 학생들이 그 선생님을 골려주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책 순서를 일부러 바꿔 놓거나,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안쪽에서 카드 게임을 하는 일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은 있다」라는 책이 여러 권 있는 옆에 「일본은 없다」라는 책도 여러 권 있어서, 그것들을 섞어서 ‘일본은 있다, 없다, 있다, 없다’ 이런 식으로 배열해 놓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었다.
3층에는 정독반도 있어서 1, 2학년들이 공부하는 공간이 있었고, 음악실도 있었다. 음악실에서는 수행평가로 노래를 부르는 과제 같은 것도 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