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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Aug 23. 2021

코로나 여행기

고찰 다섯, 여행의 의미에 대하여

다들 여행을 꿈꾼다고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들 답답한 마음에 저마다 다녀왔거나 가보고 싶었던 여행을 꿈꾸며 생각에 잠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휴가 기간에 작별을 고하며 여행에 대한 나의 간략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여행이라 한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장소, 음식, 사람, 문화 등을 경험하며 모르던 것들을 오감으로 알아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본인이 살아가지 않는 장소에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자신만의 기억을 새기는 행위가 여행인 것이다. 여행은 그렇기에 특별하다. 제한적인 시간 안에 일어난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쌓일 것이기에 내딛는 발자국 하나하나가 새롭고, 의미가 있다. 


모든 순간이 특별하기에 스스로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경험들도 의미가 크다. 설령 그 감정들이 당시에는 부정적으로 느껴질지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하다 보면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화장실이 유료이거나, 낯선 사람들과의 마찰 등의 불쾌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행이 끝나고 일상이 돌아왔을 때, 당시의 경험은 하나의 무용담이 되어 여행에 대한 기억을 장식해준다. 아름다운 목걸이가 크고 작은 보석과 이를 연결해주는 쇳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듯이 여행도 좋고 나쁜 경험들로 구성되어 있기 마련이다. 


여행자들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서 여행지에 대한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새로운 장소, 문화를 체험하며 현지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갔을 때 꼭 한 번은 변두리 골목에서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지 않은 식당을 방문하곤 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도 좋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한두 번씩 들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해서다. 


이전에 절친과 오키나와를 방문하였을 때 숙소를 관광지 외각으로 잡았던 적이 있다. 그 숙소 옆에는 초밥집이 하나 있었는데, 메뉴가 전부 일어로 되어 있어 랜덤 박스를 여는 것 마냥 모르는 메뉴를 주문해 먹었었다.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다행히도 여러 종류가 섞인 초밥 모둠 세트가 나왔고, 오물오물 밥을 먹을 때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자연스레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셨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 놀랐지만, 그렇게 일본인들의 삶을 조금 엿보고 온 느낌이 들었다. (일본도 20년 4월부터 식당에서 금연이 지정되었다)


위에 적은 일화와 같이 다른 나라, 타 지역 사람들의 삶을 보고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그 고찰은 본인의 삶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일본 말고 다른 나라들도 그럴까?’라는 생각처럼 스스로가 익숙한 자신의 환경을 한번 되돌아본 후,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즉, 여행이란 것은 새로운 장소에서 나의 고향, 동네로부터 분리되어 제삼자의 시점을 빌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흔히들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여행을 통해 누군가는 본인에 대해 더욱 깊은 고찰을 하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지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상황 자체가 여행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경험해보지 못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지만…) 일들의 연속에서 우리들은 각자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강한지 혹은 약한지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거나, 야외 활동이 제한되며 어떤 일들을 좋아했는지 등등… 더 나아가 어쩌면 이상은 씨가 노래했듯이 삶은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이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자신에 대해 배워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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