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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超譯 니체의 말'을 읽은 내 생각

23. 내 집을 지을 곳은

by 시절청춘

[023] 내 집을 지을 곳은

어릴 적 흥얼거리던 노래의 가사에는 참 다양한 집들이 등장했다. 푸른 초원 위에 마치 그림처럼 자리 잡은 집, 꽃이 만발한 산골짜기의 정겨운 고향집, 엄마와 누나와 손잡고 강변에 늘어선 아늑한 집, 그리고 잔잔한 파도 소리 속 바닷가의 작은 오두막까지. 그 노래들을 천천히 되새기다 보면, 문득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떤 집을 짓고 살아가고 싶을까' 하는 소박한 질문이 마음 깊숙이 피어오르곤 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터전이 있을 것이다. 도시의 편리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세련된 아파트, 계절의 변화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아담한 단독주택, 혹은 자연의 품에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전원주택까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은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다채롭게 물들어간다.

나에게도 한때 막연하게나마 이상적인 집 한 채를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햇살로 가득한 2층 양옥집, 넓은 테라스의 흔들의자, 그리고 2층 내 방 창문을 활짝 열면 테라스 너머로 펼쳐지는 싱그러운 풍경. 비가 오는 날 따뜻한 침대에 기대앉아 테라스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는 낭만적인 상상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꿈결 같은 이미지였다. 물론, 지금도 그 아련한 풍경은 마음 한구석에 작은 액자처럼 걸려 있다.

삶의 시간이 조금씩 늘어갈수록, 집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점차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주거 형태에 대한 선호도 점점 명확해졌다. 한때 꿈꿨던 정원 딸린 단독주택의 낭만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 낭만 뒤에 숨겨진 관리의 수고와 시간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이제 나는 공동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 편리한 아파트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조건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종합병원과의 근접성. 건강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는 나이가 되니,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시설과의 접근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현실적인 조건들을 하나씩 따져가던 어느 날, 문득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파트 청약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50세가 될 때까지 '내 집'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그날 이후 아파트 구매에 대한 작은 희망의 불씨가 마음속에 피어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직접 걸어 다니며 분양 예정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직접 발로 찾아 고른 곳 중 한 곳에서 기적처럼 분양을 받게 되었다. 강남이나 로또 같은 동네는 아니었지만, 나는 꿈에도 그리던 '내 집'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부담은 뒤따르고 아직도 내 집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은행에 월세를 살고 있는 것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기쁨은 그 모든 어려움을 능가할 만큼 큰 것이다. 이제 나도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내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에게 집은 단순한 쉼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안식처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삶의 무대이다. 때로는 삶의 안정감을 더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유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결국 우리가 꿈꾸는 것은 각자의 행복한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그런 '집'일 것이다. 부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찾아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조용히 응원해 본다.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이곳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이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과 편안함을 누리는 소중한 보금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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