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같은 출장길에서 마주한 행복

뜻밖의 풍경과 이야기

May 16. 2025

비가 그치고 난 도로는 청량함이 가득하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무거웠던 마음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다.

아직 잔잔한 먹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봉우리 아래, 짙푸른 녹음은 그 어떤 흐림에도 굴하지 않고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싱그러운 기운에 나 또한 알 수 없는 활력을 얻으며 여행 같은 출장길을 이어갔다.

문득 나타난 '전망공원' 표지판에 이끌려 잠시 차를 멈췄다.

사진을 찍어보니 기대했던 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두 눈에 가득 담긴 초록의 파노라마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만 같았다.

눈으로 보는것만 못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언덕 위에 홀로 우뚝 선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특별한 나무를 검색해 보니, 무려 7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그 자리를 지켜온 존재였고, 2025년 올해의 소나무로 선정된 놀라운 노송이었다.

더욱이 어린 시절 사람들이 즐겨 피우던 솔 담배의 모델이자 유명 제약회사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또한 단종의 영혼이 태백산 산신령으로 가다가 잠시 쉬어갔던 곳이라는 전설도 있었다.

전설이 적혀있는 표지

만약 무심코 지나쳤다면 영원히 모를 이야기가, 그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로지 목적지만을 향해 달렸다면 결코 마주할 수 없었을 풍경이자 이야기였다.

솔고개 소나무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특별할 것 없는 커피 한 잔이었지만, 낯선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여유는 묘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카페에서 본 풍경

시골길을 계속 달리다 허기를 느낄 무렵, 도로가에 보이는 중화요릿집을 발견했다.

윤이 짬뽕

큰 기대 없이 들어섰지만, 그곳은 또 다른 반전의 공간이었다.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간 짬뽕 국물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고, 걸쭉한 고기 국물은 예상 밖의 풍미를 더했다.

짬뽕

최근 방문했던 그 어떤 중화요릿집보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만약 번화가나 유명 관광지에 있었다면 분명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을 맛집이었다.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낯선 식당에서 예기치 않은 행복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는 온통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찬 여행 같은 출장이었다.

아침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약간의 울적함은 어느새 깨끗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긍정적인 에너지와 설렘이 가득 채웠다.

출장을 그저 또 다른 여행의 기회로 생각하니,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은 행복들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과 마주하고, 우연히 발견하는 소중한 순간들이야말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진정한 원동력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예측 불가능한 여정 속에서 피어나는 뜻밖의 행복에 감사하며, 다음 여정을 기분 좋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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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청춘 직업 에세이스트

저는 시를 좋아하며, 에세이 작가를 꿈꿉니다. - 시집 "내가 그리울 땐 빛의 뒤편으로 와요" 공동저자 멋진 글을 적지는 못해도, 마음 따뜻한 글을 적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