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열병을 앓고 있는 듯한 시간이 벌써 한 달이 되어갑니다.
일상도, 직장의 일도 이상할 만큼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쓴 글들만 봐도 그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더군요.
기분 전환을 위해 억지로 밝은 글을 써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10분 정도가 지나면, 어느새 글은 산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완성으로 남은 글들이 하루에도 두세 편씩 쌓여만 갔습니다.
실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써 웃으며 출근을 했지만,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밝게 웃으며 다가오던 후배들의 목소리마저 가식처럼 들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무언의 벽을 쌓아 “나 지금 건드리지 마”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일종의 감정 폭력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억지로라도 웃어보려 했습니다.
주위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제 마음이었습니다.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불필요한 간섭을 하며 스스로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더니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그래요.
모르고 있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데,
아는 게 많으니 문제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잘못된 게 아니에요.
듣기 좋으라고 해준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적어도 ‘쓸데없는 꼰대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이 들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직장에서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씩 이곳저곳을 오가며 다양한 일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잦은 이동이 좌절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그렇게 무능력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자주 바꾸는 건가?’라는 자책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야. 이건 내 능력을 인정받은 거야.’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자, 일도 재미있어지고 배움도 많아졌습니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편협하지 않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늘은 마음이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새벽에 베란다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많이 떠 있더군요.
카시오페아인지, 북두칠성인지는 몰라도
그 별들이 참 반가웠습니다.
사진으로 담진 못했지만, 마음은 한결 밝아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아직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사람의 눈을 마주 바라보는 게 두렵습니다.
눈을 바라보면 오래된 악몽과 기억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화를 거는 사람은 제가 자신을 귀찮아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먼저 살아나야, 다른 이의 눈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어제보다는 조금 더 밝은 마음으로,
어제보다는 더 좋은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도,
부디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하루이길 바랍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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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나노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