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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자리에서

by 시절청춘

몸이 피곤하다 보니, 제대로 된 생활습관을 지키기가 쉽지 않네요.


장거리 운전과 늦은 귀가, 그리고 스트레스가 주는 압박감은 몸을 더 지치게 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이 나이대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올해는 유난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어제 어떤 CEO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사적인 만남을 하자고 먼저 연락하진 않는다.
내가 먼저 연락하면 모두가 다 참석하더라.
한 번도 거절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누가 나에게 연락하면 무조건 나가려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락은 한 통도 없더라.


그 말을 듣고 한참 웃었지만, 한편으론 너무 공감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관리자 역할을 하다 보니, 퇴근 후 ‘같이 밥이나 술 한잔하자’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잘 알거든요.


심지어 그걸 악용하는 경우도 봤고요.



어쩌면 저도 그 CEO처럼 늘 기다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아무도 연락하지 않기에 항상 ‘대기 상태’로 머물러 있을 뿐이죠.


불러만 주면 밥도 사고, 술도 살 수 있는데 말이죠.



먼저 연락을 하자니 상대가 부담을 느낄까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먼저 연락 오는 일은 없으니 때로는 섭섭함이 밀려옵니다.


‘이제는 내가 낄 자리가 없나’ 하는 씁쓸한 마음도 스치고요.


어쩌면 제가 주는 무게감이 그런 거리감을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 분위기 자체가 변했죠.


이제는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선호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굳이 만나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러워졌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사석에서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의 힘을 믿습니다.


직장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과 이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죠.


저 역시 아무렇게나 글을 적는 듯하지만, 결국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있습니다.



따뜻했던 사무실의 온기와, 잃어버린 듯한 저의 밝음을
아직은 완전히 되찾지 못한 가을 아침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분위기를 바꿔보려 합니다.


내일까지 수영 강습 등록 마감이라 하니, 그냥 등록해보려 해요.


다니다 보면 수영의 재미가 다시 살아나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날씨 탓인지 주변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네요.


모두들 건강 관리 잘하시고,

각자의 밝음을 찾아가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 자신을 불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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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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