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달라지는 밤공기의 변화를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 절대 나가지 말자.’
오늘 아침은 그 말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더 강하게 유혹할 이불과의 전쟁.
단 한 번이라도 지면, 제 나름의 ‘미라클 루틴’이 무너질 테니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수영을 하든, 독서를 하든 말이죠.
가을이 깊어지면서 많은 것에서 재미를 잃다 보니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무기력함이나 가벼운 우울감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합니다.
이유는 알아요.
그래서 나름 벗어나 보려 애쓰고 있지만,
모래 구멍에 빠진 듯 허우적댈수록
조금씩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원인을 안다고 해서
언제나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요.
어제 누가 제게 그러더군요.
“너무 깊이 생각해서 그래요.
쉽게 넘길 수 있는 일도,
자꾸 곱씹다 보니 힘들어지는 거예요.”
맞는 말 같아요.
생각이 깊은 건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그 깊이가 저를 가두는 것 같아요.
행복 회로를 돌려보려 애써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망각 속 어둠의 그림자가
저를 주눅 들게 합니다.
사람의 삶은 정답만 찾아가며 살 수 없는데
왜 이렇게 정답만 집착하고 있는 걸까요?
굳이 완벽하지 않고, 가끔 실수해도
충분히 괜찮게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죠.
어젯밤엔 오디션 프로그램 두 개를 봤습니다.
기대했던 참가자들의 노래에 전율이 흘렀죠.
화면으로만 봐도 이런데,
현장에서 들었다면 얼마나 벅찼을까요?
늘 느끼지만, 노래는 단순히 음정이나 박자만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어제 ‘우리들의 발라드’에서
1라운드 1위 이예지 가수와 제가 팬이 돼버린 3위 최은빈 가수가 맞붙었는데,
이예지 가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고,
최은빈 가수는 끝까지 감정을 눌러 담아 노래를 완성했죠.
결국 무대 위의 절제가 더 큰 울림을 남겼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요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참아야 하는데, 참지 못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제 자신 말이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가수가 아니니까요.
그저 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뿐,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스스로 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게
조금은 답답할 뿐입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여보려 합니다.
갑자기 추워졌다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저를 더 깊은 동굴로 밀어 넣을 것 같거든요.
느리지만, 느리지 않게.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어쩌면 그러다
문득, 훅~~ 좋아질지도 모르죠.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마음이 쉬어가는 그 시간도
결국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니까요.
갑자기 찾아온 겨울 같은 가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마음이 쉬어가는 지금의 시간도
결국은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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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