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입맞춤
“한 번 더 할까요? 방금 그거 한 번 더 하자고!”
“그날 밤 우리는 질산과 황산이었고, 우리의 키스는 다이너마이트였다.”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 첫 회 마지막 장면에 나온 대사와 내레이션.
거짓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이 되어가는 순간,
그 장면이 이상할 만큼 부럽고도 아름답게 마음에 남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교적 분위기 속에서 자란 우리 세대에게
남녀 사이 손을 잡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처럼 느껴졌죠.
그 손끝에 흐르던 오만 볼트의 짜릿함 -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느낌이고 감정입니다.
그래서 손금 봐준다며 은근슬쩍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상대도 다 알면서 손을 내주던 시절이 있었죠.
그 떨림이 어쩌면 첫사랑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금이야 만나면 남녀 간에도 악수를 하니, 뭐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호감이 있는 사람과의 손을 잡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기는 합니다.
예전엔 TV에서 키스 장면은 금지에 가까웠습니다.
각도를 비틀어 시청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연출이 전부였고,
유교적 정서와 높은 심의 기준이 만들어낸 문화였죠.
그리고 또 하나 웃긴 게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당시엔 ‘터프함’으로 포장되던 장면들이
지금 기준으로는 범죄가 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대가 달라지니 ‘키스의 표현 방식’과
‘사랑의 미학’도 완전히 바뀌었죠.
지난주 아내를 역에 데려다주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문득 예전의 기억이 지나가듯 스쳤고,
장난스레 말했죠.
“손님 차비.”
아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절 보다가
밖을 힐끗 보더군요.
“안 보여. 우리 차 선팅 진해서 밖에서는 안이 안 보여”
제가 그렇게 말하니 아내가 불쑥 입맞춤을 해주었어요.
그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군요.
그래서 또 한마디 했습니다.
“한 번 더?”
그러자 정말로 한 번 더 입맞춤을 해주더군요.
연애할 땐 보기만 해도 입을 맞추던 사이였는데,
부부가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입맞춤은 어느새 서로 자연스럽게 멀어진 부분이 된 거죠.
마치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같은 분위기 속으로요.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부부끼리 가볍게 입맞춤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 오래된 감정들을 다시 깨우고,
묵혀둔 설렘을 부드럽게 되살려주니까요.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부부끼리만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살짝 꺼내보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입맞춤하고 나서 입을 쓱 훔쳐낼 때도 있겠죠.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같이 닦으면 되잖아요.
관계의 설렘은 큰 이벤트가 아니라, 작은 스킨십 한 번으로도 다시 살아난다.
[커버 이미지 출처] Carat 생성 (나노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