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는 용기 3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혹시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전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닐까요?
어쩌면 제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인 사회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생활 방식, 특유의 업무 문화, 그리고 엄격한 규율들.
돌이켜보면 저는 꽤 오랜 시간을 폐쇄된 공간과 환경 속에서, 세상과 다소 고립된 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이 직종에 있던 많은 선배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곤 했습니다.
물론 저라고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장담하긴 어렵겠지요.
35년 넘게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습관과 사고방식이 일반 직장인들과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나름대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생각의 결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사람이나 시설을 관리하고 규율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꽤 반긴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맡은 일은 끝까지 완수하려는 끈기가 몸에 배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제가 처음 제복을 입었던 35년 전과는 공기도, 분위기도 다릅니다.
예전처럼 꽉 막힌 공간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개방되었고, 외부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엔 그저 순박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만나는 후배들은 자기 몫을 똑똑하게 챙길 줄 압니다.
덕분에 사회와의 이질감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낯선 공기는 남아있어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이런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과연 인생 후반전에 도움이 될까?'
'내 경력을 어디서 어떻게 발휘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두렵습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잘 살아왔고 자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익숙한 방식이 바깥세상에서는 이미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었을까 봐 겁이 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1년여간 SNS를 하며 세상 이야기를 부지런히 듣고, 최근에는 AI 기술도 조금씩 접해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SNS조차 하지 않았다면, 저는 정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불통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실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이 더 좋은 사람입니다.
시끌벅적한 시장통, 그 작은 식당에서 사람 냄새 맡으며 밥 한 끼 먹는 낭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주차하기 편하고 물건 찾기 쉬운 대형마트로 향하게 되더군요.
살고 싶은 동네 역시 개발이 덜 된 정겨운 곳을 꿈꾸지만, 막상 집을 구할 땐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도시를 찾습니다.
생각(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지금 마주한 제 인생의 후반전도 그렇지 않을까요?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끝내 못 만날 수도 있고, 막상 만났는데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저와 세상 사이에는 아직 제가 체감하지 못한 거리가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스쳐 지나가듯 접하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AI가 정보를 준다 해도, 결국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막막하고 조금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또다시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문을 나섭니다.
막연한 거리감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눈을 움직이며 세상의 새로운 정보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익숙함을 내려놓을 때, 세상과의 거리는 비로소 좁혀진다.
<패닉 - 달팽이>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