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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오답(단상)

일기예보, 변덕쟁이 날씨

by 시절청춘

예전에 나의 아침은 늘 TV 뉴스 화면과 함께 시작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바쁜 출근 준비 중에도 귀는 어김없이 뉴스 앵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그날의 주요 소식들을 흘려듣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TV는 항상 검은 화면만을 보이고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굳이 세상의 시끄러운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탓에 아예 전원을 꺼놓았던 것이었다.


그러던 며칠 전, 묵묵히 꺼져 있던 TV 화면에 다시 소생의 전원을 넣게 되었다. 바로, 온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산불’ 소식 때문이었다. 붉게 타오르는 산림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고, 자막과 멘트로 나오는 사상자에 대한 얘기들에, 나 역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로(기부)를 전하고, 자작시로 하늘에서 단비가 내려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실시간으로 날씨 정보를 확인하며,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그때 간절히 바랐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만큼은 너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굳게 입을 다문채로 마치 비웃듯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평소에는 곧잘 엇나가던 너의 정보가 유독 그 순간만큼은 매섭게 정확했다. 당시에는 비가 내린다면 온 세상이 기뻐했을 텐데, 너는 냉정하게 현실만을 고집하는 듯했다. 왜 늘 필요할 때는 엉터리 정보를 잘도 주더니, 정작 간절히 틀려주기를 바라는 순간에는 귀신같이 들어맞는 건지. 너와의 숨바꼭질은 늘 예측 불허의 드라마와 같았다.


전혀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놀랍도록 정확한 정보를 주고, 정작 간절하게 도움을 바라는 순간에는 엉뚱한 소식으로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너를 보며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너의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 기술과 정교한 관측 장비들을 떠올리면 어쩐지 핑계처럼 들리기도 한다. 왜 가까운 나라의 정보와도 이렇게나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신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한다.


게다가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동네 예보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쏟아내니, 그 변화무쌍함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옳은 길을 안내해 주기에 오늘도 습관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켜 너의 정보를 확인한다. 마치 오랜 친구의 변덕을 뻔히 알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것처럼.


어쩌면 이제는 외부의 복잡한 정보보다는 내 몸의 작은 신호에 더 귀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쑤셔오는 신경통의 강도, 예전부터 익숙하게 봐왔던 구름의 모양, 그리고 피부에 와닿는 바람의 미묘한 감촉들을 종합하여 스스로 날씨를 짐작하는 수밖에. 때로는 과학적인 분석보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관이 더 정확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발 이제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는 예측 대신, 늘 믿음직한 정답만을 속삭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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