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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엥 Jul 10. 2021

나풀나풀 토마토 솥밥

집ㅅ씨-목포에서 한 달 살기 9


쿠킹클래스를 열기로 했다.


어떤 메뉴로 사람들과 만나면 좋을지 이야기하다가 문득 일본에서 캠핑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딱히 돈을 내고 입장하는 것도 아니고 책임자라고 할만한 사람도 없이, 여기저기서 알음알음 알아서 사람들이 조용히 모였었다. 캠프가 열린 곳의 집주인은 목수이자 조각가이자 드러머이자 발명가인 신기한 할아버지였는데 내가 캠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그를 포함해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화목 스토브가 설치된 공동 주방이며 돔 모양 텐트며 아이들 놀이터까지 뚝딱거리며 짓고 있었다. 


공동주방은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게을렀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매우! 일찍 일어났다. 보통 새벽 5시쯤. 일어나서 모닥불에 볶은 커피콩을 그라인더로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커피 세리머니를 한다고 했다. 한 번도 마셔보지는 못했다.) 나는 텐트 앞에서 기지개를 쭉 켜고 주방에 먼저 와서 차를 끓이거나 아침을 준비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오하요!" 하며 인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주방에는 신기하게도 음식을 만들만한 식자재가 늘 있었다. 누군가가 장을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주변의 농부들에게 기부를 받은 것이었다. 마대 자루 한가득 토란이며 당근, 양배추, 무같은 뿌리채소들이 있었다. 근처에서 살고 있던 '로또 상'의 집 앞에는 '나츠 미캉'이라는 거대한 유자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식초 대신 나츠 미캉의 즙을 짜서 넣거나 과육을 발라 잼을 만들기도 했다. 

늘 재료가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겨울이었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재료로 요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당근과 양배추를 어떻게 하면 매번 다르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으로 그날의 메뉴를 정했다. '당근, 어디까지 먹어봤니?', '양배추, 어디까지 먹어봤니?' 챌린지를 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팽팽 굴리면서, 온갖 괴상한 조합을 마구 얘기하며 요리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쿠킹클래스에서도 그렇게 요리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여름이고, 마침 토마토가 많이 나니, '토마토, 어디까지 먹어봤니?' 시리즈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토마토, 어디까지 먹어봤니?"


'모두에게 익숙할 맛'이라 하면 사실 토마토보다 더 적당한 채소는 없을 것이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아메리카와 아시아까지 토마토 요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또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활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서로가 알고 있는 토마토 요리를 죄다 읊어본다. 


토마토 밥

토마토 튀김

토마토 커리

저수분 토마토의 응용법

토마토잼

라구 소스


등등등. 


그중에서도 선정된 것은 토마토 밥, 토마토 커리, 토마토 샐러드, 토마토 퓌레를 사용한 토마토 에이드였다. 

토마토로 끝장을 보려면 쿠킹 클래스를 5번은 더 해야 할 듯하다. 


홍보용 사진을 찍으려고 만들어 본 토마토 밥. 


길쭉한 바스마티 쌀을 씻어서 강황가루와 펜넬 시드를 넣고 십자 칼집을 낸 토마토를 얹어 밥을 안친다. 

다 된 밥솥의 뚜껑을 열면 상큼한 토마토 향과 향긋한 펜넬의 향이 수증기와 함께 솟아오르고, 

몰랑하게 익은 토마토는 밥을 퍼 담을 때 스르르 녹어서 밥알에 스며든다. 


전날 남은 도모다에 하이라이스 루를 넣어 끓인 소스와 보리새우, 태국 고추, 어간장을 넣은 짭짤한 계란말이와 함께 후루룩 먹어버렸다. 바스마티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기분. 





음식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은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일만큼 중요하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같이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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