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만하다 17화
시야가 좁아진 안개 낀 거리처럼
오늘도 주방은 하얀 수증기에 휩싸여 있다.
분주히 동선을 맞추며 일을 하던 중,
쌓아놓은 고기들이 그만 엎어지고 말았다.
그때였다.
날카로운 꼬챙이 같은 팀장의 목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야, 너 사랑! 정신 못 차려?!”
당황한 사랑이모는
“나 아니야… 나 안 그랬어…”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했지만,
그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때 샛별이가 재빨리 달려와
엎어진 고기를 주워 담으며 말했다.
“사랑이모, 괜찮아요.”
사랑이모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난 괜찮아. 견딜만해.
너는… 샛별아, 너는 괜찮니?”
어른들은 힘든 상황이 닥쳐도
“요즘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물음에
대개 이렇게 답한다.
“견딜만해. 너는 괜찮니?”
그 말 한마디 속에는
수많은 경험이 쌓여 빚어진
연륜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하다.
자신의 고통보다
상대의 안부를 먼저 챙기는 마음.
그건 어쩌면 내가 아직 닿지 못한,
더 넓고 깊은 삶의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일 것이다.
‘견딜만하다’는 말.
그건 단순히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어른의 언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