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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카페

마포대교.......

먼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그만의 낙이었다.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지금의 상황이 찬호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를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벌써 우리가 헤어진 지 세 달째. 지연이는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굳게 닫힌 반지하 창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만이 그녀의 존재를 알릴 뿐이었다. 찬호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같은 꿈을 꾸다 깨어났다.

우리 딸을 부탁해요…


현실처럼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찬호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왠지 오늘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지연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두 시, 그는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창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지연이 비틀거리며

집을 나섰다.


‘이 새벽에… 어디를 가는 거지?’

찬호는 의아한 마음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지연은 한 시간가량 목적 없이 거리를 헤매다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모습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듯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찬호는 안도와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잊을 수 없는 그날, 그녀를 본 곳은

마포대교 난간 위였다.

두 사람은 한때 커플 휴대폰 요금제를 이용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에도 가입해 있었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도 찬호는 그 요금제를 해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고 난 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급히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지만

문은 열려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문득 연애할 때 사용하던 위치추적

앱이 떠올랐다.
앱을 켜니, 그녀의 위치가 움직이고 있었다.
차를 타고 여의도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지연은 여의도에 도착했다.
천천히 걷기 시작하더니, 약 30분쯤 지나 저 멀리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며 다리를 향해 걸어가는 그녀.
새벽이라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마포대교 난간 앞에 선 지연은 천천히

손을 올려 철제 난간을 잡았다.
그리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검게 출렁이는 한강의 물결.
포근한 엄마 품처럼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 그 품에 안기면… 자유로워질 거야.’


찬호는 휴대폰 화면을 보며 전속력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화면 속 점 하나가 멈춰섰다.

“마포대교…”

멈쳐있는 점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자욱하게 깔려있는 안개사이를 달려가며 제발 양지연 양지연을 불러봤지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소리만 찬호를 감쌀 뿐이였다

112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려 할때

바데리 경고음과 함께 화면이 꺼졌다

다급해진 찬호는 다리 주변을 들러 보왔다

다리 저편으로 공중전화 같은것이 보였다

생명의 전화기...


도와주세요 !제발요

“제… 제 여자친구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마포대교에 있어요!”
“제발… 제발 빨리 도와 주세요 … 제발요…”

찬호는 울먹이며 신고 전화를 했다.

얼마지나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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