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호수 17화
미네소타에는 수많은 호수가 1만 개는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입양아는 호수보다 더 많다고 전해진다........
태양이 아직 대지를 비추기 전, 달빛이 남은 새벽녘에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막사로 이동한다.
가자마자 막사 청소와 젖소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젖을 짤 준비를 한다.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 밑부분을 잡고 살짝 눌러 젖을 쭉우 쭉우 아래로 짜면, 양동이에 착착 소리와 함께 우유가 담겨진다. 요령 있게 짜지 않으면 소가 놀라 엉덩이를 걷어찰 수도 있기에 조심조심 젖을 짠다.
샘은 형들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
간혹 우유가 얼굴로 튀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얼굴이 못생겨졌다고 웃으며 서로를 가리킨다.
때로는 그것이 이들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생명수가 되기도 한다.
쿵쿵, 저 멀리서 양아버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굴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우유를 짜고 있다.
“야, 얘들아, 도널드 온다. 정신 차리고 집중해야 해. 또 잘못하면 혼난다, 알았지?”
큰형 조가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아이들은 조용히 “알았어, 형” 하고 말한다.
도널드는 막사를 둘러보고 청소 상태를 확인하며, 우유통에 찬 우유량을 확인하고 시계를 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야, 샘, 너 이리 와봐.”
샘은 “네” 하고 양아버지 앞으로 달려간다. 눈은 아래를 쳐다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샘, 너 잘 배우고 있어. 확실하게 배워야 해.”
“샘, 알겠어. 네, 도널드.”
“그리고 조, 너는 아이들 잘 가르쳐야 해.”
“알겠습니다, 네 도널드 ”
조는 큰소리로 대답하고, 조용히 일하던 밴과 잭도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다.
샘이 벌써 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유일하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농장에서 30분 거리에 작은 호수가 있다. 아이들은 이곳을 ‘악마의 미소’라 부른다.
농장에서 필요한 물을 아이들이 채워야 했기에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발걸음을 옮겨야 비로소 농장에 있는 물통을 채울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고된 일이지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었다.
땀으로 젖은 온몸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얘들아, 하나, 둘, 셋, 들어가자.” 조가 말했다.
와~ 비로소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물장구를 치며 서로를 위로하면 잠시나마
고된 농장 생활을 잊는다.
도널드는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엄연히 따지자면, 오로지 농장일에 도움 되기 위해서였다.
소통이 안 되기에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샘은 그런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배울 수 있다는
작은 행복에 그날만큼은 온 신경을 써서 글을 배워 나갔다.
“언젠가는 꼭 필요할 거야.” 샘은 자신을 다독이며 밤마다 연필을 들고 일기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샘은 우연히 양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돈만 더 있으면 한 명 더 데려오겠는데.” 아쉬워하는 도널드와 그 아내.
“빨리 돈을 채워야겠어요, 하하하.”
한 명당 3만 달러가 필요했기에, 도널드 부부는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을 혹사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