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틈 카페

재택 신입사원 16화

수수문 끝에 마침내 생명의 은인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찬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나만 아니었다면, 그 가족은 지금쯤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미안함과 슬픔이 연민으로 바뀌어 그를 짓눌렀다.


“김 실장.”
“네, 대표님.”
“양지연 씨에 대해 조용히 조사 좀 해봐요.”

며칠 뒤, 김 실장이 보고서를 들고 찾아왔다.


양지연 씨는 여전히 방학동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성심여대 재학 중이었지만, 2년째 휴학 상태입니다.

우편함엔 각종 고지서와 편지가 쌓여 있지만 열어본 흔적이 없습니다.

저녁이면 불빛이 켜지는 걸로 봐선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듯합니다.
그리고… 매일 소주병이 나옵니다.


보고를 들은 찬호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어둠이 드리웠다.

다음 날, 찬호가 말했다.
“김 실장, 직원 공고를 내세요.”
“네? 이미 모집은 끝났는데요.”

“사업을 확장해야 해요. 이번엔 재택근무 사원을 뽑을 겁니다. 단 한 명만요.”
“한 명이요?”
“그래요. 양지연 씨.”

재택근무자는 오직 양지연 한 사람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양지연 씨. 여긴 무한콘텐츠입니다.
집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사무용품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언제가 괜찮으신가요?”
“네, 안녕하세요. 아무 때나 오셔도 돼요.”
“좋아요, 그럼 오후 두 시에 뵙겠습니다.”

찬호는 최신 노트북과 프린터을 싣고 갔다

“지연 씨, 이 물품들은 회사 자산입니다.
아껴 쓰시리라 믿습니다.”

그녀는 어리둥절하면 묘한 감정을 느낀다
‘무슨 일이지? 일개 사원에게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지…?’

며칠 후, 찬호는 전화를 걸었다.
“복사용지를 보낼 겸 들르겠습니다.”

그날 오후, 그는 다시 지연의 집을 찾았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네, 대표님. 어려운 건 없습니다.”
“응, 역시 믿을 만한 직원이라 안심이 되네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수고해요.”

찬호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편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작은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을 맴돌았다.


keyword
이전 15화틈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