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마포경찰서 안
한 경사는 조심스럽게
“양지현 씨,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신고 전화가 없었다면 아마도….”
놀란 지연은 물었다.
“신고 전화라고 했나요? 누가요? 누가 전화를 했나요?”
“신원은 알 수 없습니다.
112죠. 양화대교 중간 지점 난간에
긴 머리에 연한청 블라우스와 청치마를 입은 20대 여성이
난간에 있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다고 했습니다.
신원은 알 수 없습니다.
마포대교에 있는 생명의 전화기를 통해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단지 30대 정도 남자의 음성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분의 신고 덕분에 당신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연은 누군가를 생각했지만, 이내 “아닐 거야.”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누굴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지연의 머릿속에는
‘누구일까, 누구일까…’ 하는 의문만 가득했다.
짙은 안개가 다리 위를 가득 메워 시야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희미한 어둠 속을 뚫고 누군가 찬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부탁이 있어요. 제발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 꼭 좀 부탁해요, 꼭요…
그 순간 찬호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눈을 떴다.
무슨 꿈이지? 그 남자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 어디서지…?
아… 지연이 아버지?”
다리는 뭐지? 왜 다리에서 딸을 살려 달라고 했지? 지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찬호는 지연과 2년 넘게 사귀며 결혼을 약속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점점 심해졌다.
가문을 망치려고? 어디서 굴러먹은지도 모르는 고아 여자를 우리 집에 들이려 해?
그들은 지연에게 매일 찾아가 “찬호와 헤어지라”라고,
고아 주제에 어디서 감히 찬호를 넘보느냐고 경멸과 구박을 퍼부었다.
지연이 보고 싶은 마음에 찬호는 아무 연락도 없이 지연의 집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그릇과 접시가 깨져 뒹굴고,
안에서는 지연의 울음소리와 찬호 부모의 고함이 뒤섞여 있었다.
내 아들한테서 떨어져! 이 보잘것없는 년아! 우리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찬호는 얼른 들어가 지연을 감쌌다.
지연아, 지연아!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엄마, 아빠!” 하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놈! 할 짓이 없어 고아 년 하고 살아? 미친놈아!
지연아, 미안해.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오빠, 우린 안 될 것 같아 여기서 그만하자
안 돼, 지연아 난 널 정말 사랑해 너 없이는 나도 안 되다고 애원했지만
그녀는 이미 결심한 듯 찬호를 밀어냈다
오빠, 우린 안 돼… 그냥 날 잊어줘
반지하 창으로 들려오는 서글픈 그녀의 가녀린 울음소리에 찬호는 한 발도 움질 일수가 없어다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지만 그녀가 더 아파할까 봐 소리 죽여 눈물을 삼켰다......
미안해 지연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