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찬란한 인생
바스락바스락,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멋쟁이 고양이 다온인가, 이쁜 푸들 행복인가?
아니었다….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대던 그녀는 머리를 다시 감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약간 상기된 얼굴로
머리를 매만진다.
조금 전 미용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투덜거린다.
“다시는 그 미용실 안 갈 거야….”
부스스 잠에서 깬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주변을 둘러본다.
아, 맞다.
오늘이 그날이지….
3년 전, 그녀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
인생에 낙이 없어…
딸도, 남편도 다 필요 없어.
다 꺼져…!”
툭하면 언성이 높아졌다가
금세 후회하고,
며칠은 괜찮다가
다시 툭— 하고 감정이 튀어 올랐다.
마치 오락실 두더지처럼
기분이 툭 올라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툭 올라왔다가 또 사라졌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 누구도….
학창 시절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그 시절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붓을 내려놓았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며
아쉬움을 말하는 그녀….
그녀의 친구는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나도 늦게 시작했어.
너도 할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그녀의 작은 가슴에 불씨처럼 옮겨 붙었다.
생활에 서서히 활력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늦은 나이지만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아
여기저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축 처졌던 어깨 위로
새로운 희망이 고개를 들었다.
학창 시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그녀의 에너지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실험 삼아’ 입학했다.
공부를 시작하며
그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아내, 엄마라는 수식어를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의 여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두더지는 사라지고
어느새 나무늘보 같은 평온이 자리 잡았다.
1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2학년이 되면서
실습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가 되었다.
막 학교 생활을 시작한
1, 2학년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고, 가르치고, 웃었다.
집에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풀어놓는다.
딸도, 나도
그 새로운 이야기들이 싫지 않았다.
그녀의 손재주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종이로 집을 만들고,
색칠을 하고,
간식을 나누며
아이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었다.
부모님이 참석하는 참관 수업도
떨린다며 걱정했지만
결국 또 잘 해냈다.
학업에 대한 욕심도 커서
문제 하나를 틀리면
아쉬움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잘한 거야”라며 위로해도
그녀는 스스로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걸
그토록 싫어하던 그녀가
이제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작년 12월,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오늘은 그 취임식에 간다며
아침부터 집안에
‘난리 블루스’가 울려 퍼진 것이다.
이런 난리라면
매일 와도 좋겠다.
오늘 그녀는
선후배와 동문이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고 당당하게 보여주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웃는다.
나는 말한다.
“당신이 자랑스러워.
고생했어.
축하해, 회장님.”
그리고 나는 그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시 태어난 그녀의
빛나는 여정을
조용히, 끝까지
응원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