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놈은 대체

기억......

그날 밤, 혼자 숙소 베란다에 앉아 있던 그는 문득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30년 전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얼굴도, 목소리도 선명하진 않은데

그 장면만은 희한하게도 또렷하게 기억났다.


“왜 하필 지금 이 장면이 떠오르지…?”

그는 담배를 꺼내려다 말고, 허공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 코, 입… 아무것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희미한 형상 하나. 그리고 아주 짧고 어렴풋한 추억.

말 한마디, 웃던 장면, 바람결에 스치던 향기.


“그때 넌…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기보단,

그 시절의 어떤 감정이 그 장면에 붙잡혀 있는 듯했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잊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다니.

이런 게 그리움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간 장면의 메아리일까.


그는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엔 별이 많았다.

그중 하나쯤은, 그녀가 보고 있을 별일지도 모른다고…

아무 근거 없는 생각이 스쳐갔다.


“기억이라는 건, 참 신기하지.”


내가 기억을 품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 기억이 먼저 나를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그래서일까.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시 올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널 잠깐 그리워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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