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사람들

만남과이별,그리고 마음 한 조각

〈유성 사람들〉


[이모의 마지막 날]

오늘은 말자 이모의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오전 내내 괜히 주방 여기저기를 닦아보고,
김치통을 정리하면서도 말이 없던 말자 이모.

군대 간 아들이 외국 파병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 귀국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팀장님은 말없이 멀찌감치 서 있다.
말자이모는 평소처럼 팀장을 쿡 찔렀다.

“왜, 뭐라고 안 해요?
나 없으면 심심할 텐데~”

팀장 (툭 내뱉으며):
“아들이 그런 상황인데 뭐라 해.
잘 챙기고, 잘 보내줘요.
그리고... 몸 챙겨요. 괜히 또 병나지 말고.”

그 말에 말자 이모가 울컥한다.

“그러게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투덜거리면서도 다 챙겨줘서.”

[작별 인사]

팀원들은 잠깐 손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인사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모.”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꼭 다시 와요. 놀러라도~”

말자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들 건강하고,
그놈의 팀장 말 좀 잘 들어요.
속은 따뜻한 양반이니까.”

팀장은
“됐고, 얼른 가요. 눈물 나기 전에.”
하며 뒤돌았다.

[텅 빈 자리에]

그날 오후,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는 게
괜히 허전했다.

김치 양념을 버무리던 샛별 씨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좋든 싫든, 같이 있었던 시간이 있으니까…
이렇게 허전한가 봐요.”

팀장은 아무 말 없이 고무장갑을 벗어
조용히 구석에 걸어두었다.


이곳 유성의 한 주방에도
매일 누군가는 오고, 누군가는 떠난다.

수많은 재료가 섞여
하나의 국물이 되어가듯,

사람들 사이에도
미운 정, 고운 정이 스며든다.

그녀가 떠난 자리,
이름 없는 공백 하나가 남았다.

하지만 그 공백도,
언젠가 또 누군가의 따뜻한 인사로 채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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