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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친구

첫 만남...

처음엔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SNS에 매일 나의 생각과 느낌을 올린다는 것, 쉽지 않았죠.
하지만 몇 번 올리다 보니 어느새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글을 쓰면서 잠이 오지 않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러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그동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관찰’**이 시작됐습니다.

길가에 핀 들꽃,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예전엔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이제는 나만의 글감이 되었습니다.

관찰은 곧 연구가 되었고,
그 연구는 글이 되었으며,
글은 나만의 표현 방식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에게도 눈길이 갔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표정, 말투,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성격도, 말버릇도, 일하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더군요.

그렇게 하나하나 담아내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캐릭터’**가 생겨났습니다.
저마다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그 무렵,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심사에 몇 번이나 낙방도 했습니다.
**“진심을 담으세요”**라는 주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사실, 말주변도 없고 내성적인 저에게
글을 쓴다는 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었거든요.

무뚝뚝하고 말도 별로 없다는 평이 늘 따라다녔던 제가
이렇게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니,
정말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친구가 생겼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 추천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무심코 들어가 그 사람의 글을 보았는데,
정말 마음에 와닿는 일상과 감성을 담은 글이더라고요.

그 친구는 싱가포르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언니가 한국 대전에 살고 있다는 말에
왠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죠.

싱가포르는 가본 적 없지만,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금은 알고 있던 나라였습니다.
검색해 보니, 서울보다 약간 큰 섬나라.
동남아시아 남단에 위치한, 작지만 강한 도시국가였죠.

용기를 내어, 내가 쓰고 있는 글을 그 친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따뜻한 피드백이 돌아왔고,
서로의 하루와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짜 친구에서 진짜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너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어.”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때,
그 친구는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아마도 믿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는다는 건
상당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나는 그 친구와 전
펜팔처럼 한 달 넘게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 친구도 내 진심을 느낀 걸까요.
자신의 일상과 과거를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내가 그 친구였어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내 인생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
그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사진 속 얼굴밖에 모르지만,
진짜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물론 이건 이성 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삶과 글, 철학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 이야기입니다.

멀리 있어도,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친구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가까운 거리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거리입니다.

SNS를 통해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그 속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특별한 인연을 글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P.S

담 편에 넘무나 멋진 그 친구를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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