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3 도쿄신문을 읽고
강 건너 불구경,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 우리는 쉽게 방관자가 된다.
얼마 전 홍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도심에서 발생한 유례없이 큰 피해 규모로 화제가 되었다.
홍콩에 살고 있는 지인이 걱정되어 연락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하다는 회신이 왔다.
지인의 안부를 확인한 뒤로 나는 더 이상 피해 규모를 확인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 일은 곧 나의 일상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가리켜 他人事(ひとごと, 히토고토)라고 말한다.
한자 뜻 그대로 남(=타인) 일이다.
돌이켜보면 홍콩 화재 사건은 전형적인 他人事였다.
최근 도쿄신문은 '수도 직하 지진'에 관한 사설에서 "自分(じぶん) ごと(지분고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他人事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단순히 "나와 관련 있는 일"로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책임과 행동의 주체로서 문제를 끌어안는 태도를 의미한다.
지도상으로는 일본과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지진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일본에 가면 우리에겐 낯선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심 곳곳에 유사시 대피장소를 표시한 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가로등이나 전광판 기둥에는 해발 몇 m인지 표시한 선이 그어져 있다. 쓰나미 피해를 대비한 것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라, 언제든 나에게 닥칠 수 있는 '현실'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나도 어린 시절 일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정기적으로 지진대피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석을 뒤집어쓰고 책상 아래에 숨는 연습을 한다.
그때만 해도 지진은 나에게 自分ごと였다.
그렇다면 지진이 이미 일상적인 自分ごと인 일본에서, 왜 도쿄신문은 굳이 이 표현을 다시 꺼내 들었을까?
수도 직하 지진은 이름 그대로 "수도권"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규모 지진이다.
여타 지진과 다른 점은 주요 정부기능이 집중된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 기능의 마비는 수도권을 넘어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他人事에서 自分ごと로 전환되는 지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의 재난에 대한 단순한 경고 메시지가 아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요즘은 가까운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당장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다가오겠지만, 언제 어떻게 지진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재난의 한가운데에, 언젠가 내가 서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他人事로 제쳐둔 일들 중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하는 自分ごと가 있을지 모른다.
남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일이 무방비한 순간 나를 덮친다면, 나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지도 모른다.
그때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경험도 지식도 재산도 아닌,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대하고 있는 "내 사람들"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안부를 묻고 다정하게 챙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