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巻き返し)

2026.1.6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읽고

by 낭만팔레트

연말연시에 휴가도 다녀오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루틴이 깨졌다.


꾸준히 글을 쓰고,

가까운 이웃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결심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루틴을 다시 세우기 위해,

요즘은 조심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려

애쓰는 중이다.


오늘은 이런 내 상황과 닮은 표현 하나가 떠올라

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실패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모습'을 뜻하는 일본어,

巻き返し(마키카에시).


주로 반전을 꾀할 때 쓰이는 말이지만,

요즘의 나에게는 '다시 시작하는 힘'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생소할

워크맨이나 디지털카메라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SONY, CANON 등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독보적으로 앞서가던 때다.


그 시절에는 일본 여행에서 과자나 소품 대신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전자제품을 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Made in Japan'이라는 문구 자체가

신뢰의 상징이던 시절이었다.


물론 일본의 장인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어느새

디지털 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받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둘러싼 변화 앞에서,

일본 사회 역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앞다투어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스스로를 '슬로우 스타터'라 인정한 일본은

巻き返し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사설을 읽다 보면

그런 태도가 잘 드러난다.


일본은 분명 초조해하고 있지만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다.


AI라는 낯선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신중하게 분석하고,

개인정보 취급과 저작권 보호, 악용 방지 같은

과제를 하나씩 점검한다.


동시에 그동안 축적해 온

양질의 데이터와 안정적인 통신 환경 등

자신들이 강점을 지닌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시작된 일본경제의 침체는

어느새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로 불린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서 멈춰버린 듯한

일본 사회의 모습은

오히려 지금 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안정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최근 유후인을 여행하며 들른

한 젓가락 전문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일본의 '디테일'에 감탄했다.


'젓가락' 하나에 이렇게까지

세세한 분류가 가능할까 싶었다.


미끄러지지 않는 장인의 젓가락,

가족 단위로 쓰기 좋은 젓가락,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를 위한 젓가락.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태도가

참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활용 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巻き返し의 자세로 작정하고 나선다면,

일본이 결코 경쟁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부족한 부분을 집요하게 분석하는 사람들.


이들의 신중함이 언제 빛을 발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시대는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다만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탄탄히 다져진 기초 위에 기술이 더해지는 순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큰 변화가 찾아올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이 AI분야에서

巻き返し에 도전한다는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새해를 맞아 무너진 루틴을

다시 세워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늦었다고 느낄 때 시작해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巻き返し의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34a0d7c0200ba9449161defc3b6f6991.jpg


이전 14화멀리, 또 가까이 (他人事, 自分ご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