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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Jun 24. 2023

테니슨의 시를 떠올리다.

80노인과의 배구 패스

집앞공원에서 배구 패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좀 뜬금없지만 짬이 나면 공원에서 각종 운동을 깨작 거리곤한다.


웬 어르신이 다가오더니

“배구 같이 한번 해볼까요”

하길래 일단, 당황했다.

학교 다닐 때 배구를 했었고…

키가 작아서 뭔가 수비나 패스 위주의 플레이와 포지션 맡아하셨다고 주저리 주저리…

그때는 학창시절

배구를 좀 많이 했을 시대일듯…

지금도 열기가 상당하긴 하지만…


어찌됐건

구두를 신으셨고 운동복 차림도 아니었지만 상당히 하고 싶어하셔서


“패스 좀 해볼까요 그럼”


하고 언더패스를 몇 번 드렸더니 연결이 잘 안되고 공도 띄우시지 못했다. 오버패스로 드리면 치시지 못하고 공을 잡고 주셨다. 조금 하면 감이 돌아오시겠지하고 계속 공을 드렸다. 횟수로 치면 10번 이상은 되었다. 하지만 그닥 나아지지는 않았고 한참 언더패스를 받으시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신 후에야


“마음은 될 것 같은데 이게 잘 안되네”


하셨다.


“네네, 그럼 여기까지 하시죠. 고생하셨어요”


사실 연세가 80내외 이신 것 같았다.

어쩌면 더 되었을 수도.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데릴러 갔다.

하지만 젊은이에게 먼저 다가와주시고 배구도 한번 해보실려고 한 것에 응원을 보낸다.


80의 어르신.

몸은 비록 말은 듣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대로셨으리라.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가 떠오른다.

지난날 천지를 뒤흔들던 힘은
비록 이제 우리에겐 없지만
지금의 우리도 우리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영웅적 기백
세월과 운명에 쇠약해졌지만
의지는 강하도다
분투하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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