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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Aug 16. 2023

사마귀에게 배우는 테니스

타고난 사냥꾼

둘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아파트 단지 뒷계단으로 내려오는 길


푸르스름한 새끼 사마귀 한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앞발을 예리하게 들고 있는 것이

마치 테니스의 준비 자세 같았다.

나를 노려보는게 귀여웠지만 들고 있는 앞발은 언제나 위협적으로 보인다.

사마귀는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앞발을 들고 다닌다.

어떠한 상황에도 내리는 법이 없다.

마치 라켓을 항상 들고 준비를 해야하는

테니스의 도를

출생과 동시에 체득한 것과 같다.


앞발은 항상 앞을 향해 있다.

먹이를 사냥할 때도

사마귀에게 백스윙이란 것은 없다.

오직 앞발을 앞으로 뻗어 잡는다.

이때 튼튼한 뒷발은 추진력을 더해준다.

네트를 넘어 빠르게 넘어오는 공을

발리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가

사진을 찍고 있는 데도

미동조차 없이 계속하여 상대를 노려보고 있는

그 패기와 자신감


테니스를 쳐야한다면 사마귀처럼 쳐야한다.

윔블던의 푸른 잔디 코트든

롤랑가로스의 클레이 코트든

사마귀는 색을 바꿔가며

앞발로 네트를 넘어오는 공을 낚아 챌 것이다.


오늘 사마귀에게서 테니스의 도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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