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게만
나를 찾아야 하는 날이 있었다
부지런히 뛰어다녔는 데도
무엇인가 마음 속이 텅 빈
대학생 때
필드하키를 했다.
넓은 운동장
빠르게 굴러다니는 공
진짜 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
사실 나는 가짜 선수였는지 모른다.
시합 날에는 나를 찾아야 했다.
선배 한명은 우리를 찾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나는
넓은 운동장을 무력하게 뛰어다녔다.
다행인건
경기가 끝나면
그 무력했던 순간이 끝이나면
그래도
온전한 우리를 발견했다.
팔과 다리는 튼튼하게
잘 붙어있었기 때문에
젊은 날
그 땡볕에서 함께 뛰어다녔고
무력했지만
다들 온전히 살아남은 우리
그 때 진짜 선수들의
완전한 플레이에 맞서
우리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처럼
나를 찾아야 하는 날이 있다.
부지런히 뛰어다녔는 데도
뭔가 마음 속이 텅 빈
경기는 언젠가 끝이 난다.
그때 온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경기는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