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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체육샘 Aug 18. 2023

나를 찾아야 하는 날

온전하게만

나를 찾아야 하는 날이 있었다

부지런히 뛰어다녔는 데도

무엇인가 마음 속이 텅 빈


대학생 때

필드하키를 했다.


넓은 운동장

빠르게 굴러다니는 공

진짜 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


사실 나는 가짜 선수였는지 모른다.

시합 날에는 나를 찾아야 했다.


선배 한명은 우리를 찾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나는

넓은 운동장을 무력하게 뛰어다녔다.


다행인건

경기가 끝나면

그 무력했던 순간이 끝이나면

그래도

온전한 우리를 발견했다.

팔과 다리는 튼튼하게

잘 붙어있었기 때문에


젊은 날

그 땡볕에서 함께 뛰어다녔고

무력했지만

다들 온전히 살아남은 우리


그 때 진짜 선수들의

완전한 플레이에 맞서

우리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처럼

나를 찾아야 하는 날이 있다.

부지런히 뛰어다녔는 데도

뭔가 마음 속이 텅 빈


경기는 언젠가 끝이 난다.

그때 온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경기는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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